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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환경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주행 중 배출가스와 연비에서 벗어나, 원료 채굴부터 제조·운행·폐차까지 아우르는 전과정평가(LCA)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서는 2022년부터 자동차 전과정 온실가스 산정방법을 국제적으로 통일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돼 왔고, 2026년 1월에는 상호결의안 초안이 공식 문서로 공개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동차에서 LCA가 왜 필요해졌는지, 같은 차량인데도 산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UNECE 논의가 2026년 8월 현재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최근 진행상황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으므로 그 내용도 함께 다룹니다.
해당 방법론의 논의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공동의장을 맡아 이끌고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철강·배터리·화학·부품 등 공급망 기업의 제품단위 환경데이터와도 연결되는 사안입니다.
자동차의 환경성능을 판단하는 지표는 오랫동안 주행 중 배출가스, 연료소비량, CO₂ 배출량이었습니다. 이 지표들은 내연기관차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기에는 차량 간 비교 수단으로 충분히 기능했습니다.
전동화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전기차는 배기관을 통한 직접 배출이 없지만, 배터리 광물의 채굴·정제, 철강·알루미늄 등 소재 생산, 셀·팩 제조, 충전전력 생산, 유지보수, 폐차·재활용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주행단계만 보면 실제 배출 구조의 상당 부분이 시야에서 빠집니다.
UNECE 상호결의안 초안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초안은 체약당사국이 신규 자동차 제품의 전 생애에 걸친 탄소발자국을 포괄적·비교가능·일관된 값으로 확보하려면 국제적으로 통일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주행 중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배터리와 차체 소재를 생산하고 충전에 쓰이는 전력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자동차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유발하는지 확인하려면 원료 생산부터 폐차·재활용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현재 논의 중인 초안의 시스템경계는 재료 생산, 부품·차량 제조, 차량 사용, 폐기·재활용, 연료·에너지 사이클로 구성됩니다. 작업반도 이 구분에 맞춰 5개 생애주기별 서브그룹과 총괄·문서작업 그룹을 포함한 7개 조직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 생애주기 단계 | 주요 내용 |
|---|---|
| 재료 생산 |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배터리 원료 등의 생산 |
| 부품·차량 제조 | 배터리, 타이어, 전장부품 생산과 차량 조립, 공장 에너지 사용 |
| 연료·에너지 | 운행에 필요한 휘발유·경유·전력·수소의 생산 및 공급 |
| 차량 사용 | 실제 주행에 따른 연료·전력 소비,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 |
| 폐기·재활용 | 차량 해체, 폐기물 처리, 철강·알루미늄·배터리의 회수와 재활용 |
한 가지 짚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공장·발전소·공작기계 같은 인프라와 자본재의 생산·폐기 배출량은 초안에서 원칙적으로 시스템경계에서 제외되며, 연료와 전기 생산에 관련된 인프라만 예외적으로 포함됩니다. 어떤 항목을 포함하는지가 정해졌다고 해서 세부 산정방식까지 모두 합의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품 전과정평가의 기본 국제기준은 ISO 14040·14044로 2006년부터 시행돼 왔고, 제품 탄소발자국은 ISO 14067에서 다룹니다. 완성차 업계는 이미 이 기준에 따라 차종별 LCA 결과를 발표해 왔습니다.
UNECE 초안이 지적하는 문제는 다른 지점에 있습니다. ISO 표준은 조사 범위와 전제조건을 조사자, 즉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각 조사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LCA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자동차 산업에 맞춘 별도의 조화된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자동차 LCA를 수행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하나하나 정해야 합니다.
이 조건들이 달라지면 같은 자동차의 LCA 결과도 달라집니다. 초안이 표방하는 목표는 정확성과 분석 부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도, 국가와 기업이 서로 비교 가능한 값을 산출할 수 있는 공통 절차를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이 사안의 대표적인 국제 논의 창구가 UNECE WP.29 산하 GRPE의 자동차 전과정평가 작업반(IWG on A-LCA)입니다. 논의의 시작부터 한국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시점 | 내용 |
|---|---|
| 2022. 1 | 제85차 GRPE에서 한국과 일본이 자동차 LCA 방법론 논의를 공동 발의 |
| 2022. 6 | 전용 워크숍 개최 후 GRPE 우선과제 등재, 작업반 신설 합의 |
| 2022. 10 | 일본 오키나와에서 제1차 작업반 회의, 한국·일본 공동의장 수임 |
| 2025. 10 | 제93차 GRPE에 상호결의안 초안 제출(ECE/TRANS/WP.29/GRPE/2025/17) |
| 2026. 1 | 개정 초안 공개(ECE/TRANS/WP.29/GRPE/2026/2), 3월 제94차 GRPE 상정 |
| 2026. 7 | 제43차 작업반 회의에서 10월 제95차 GRPE 채택안 제출 보류 결정 |
초안의 문서명은 「Proposal for a new Mutual Resolution No. 5 (M.R.5) concerning Automotive Life Cycle Assessment」입니다. 방법론에는 한국 대표단이 제안해 채택된 레벨 컨셉도 반영돼 있습니다. 연구목적의 유연한 산정부터 전체 공급망 데이터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4개 수준으로 나눈 구조로, 업계 보고나 정부 제도 적용은 상위 레벨을 전제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당초 작업반은 2025년 말까지 최종안을 정리해 2026년 3월 GRPE를 거쳐 6월 WP.29에서 채택하는 일정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후 일정이 뒤로 밀려 2026년 10월 제95차 GRPE가 새로운 목표시점이 됐습니다.
그러나 2026년 6~7월 회의에서도 기술적 쟁점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7월 제43차 회의록에 따르면 작업반은 미해결 쟁점과 합의 부재를 이유로 제95차 GRPE에 채택용 문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진행상황과 남은 쟁점, 향후 방향을 담은 상태보고서를 10월 GRPE에 제출하며, 작업반 임기를 연장하는 개정 위임사항(ToR)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10월 이후에는 정보·기술교류 단계로 전환해 기술회의 빈도를 줄이고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축소됩니다.
2026년 6~7월 회의에서 다뤄진 미합의 항목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확인됩니다.
| 쟁점 | 내용 |
|---|---|
| 전력 모델링 | 충전전력의 배출계수를 어느 지역·시점 기준으로 적용할지, 국가 평균 믹스와 사업장 실사용 믹스 중 무엇을 쓸지 |
| 배터리·구동계 교체 | 수명 중 배터리나 주요 구동부품의 교체를 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 |
| 재활용 배분 | 생산 스크랩과 폐차 회수 소재의 환경적 이점을 어느 제품에 배분할지, 순환발자국식(CFF) 적용 방식 |
| 공급망 추적 | 재생원료·저탄소 원료의 특성을 차량에 귀속시키는 방식(Chain of Custody, Mass Balance 등) |
| PHEV·수소차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전기·연료 사용비율, 수소 생산경로에 따른 사용단계 및 연료단계 처리 |
방법론을 통일하는 작업이 계산식 하나를 만드는 일과 다르다는 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차량 수명, 에너지, 원료, 공급망, 배터리, 재활용에 걸친 수십 개 조건을 어느 기준으로 정할지 국가와 업계가 합의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국제 공통방법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과 자동차 LCA가 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M.R.5 초안 자체도 기존 업계 가이드라인과 기업 공개사례를 참조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 주체 | 확인된 사례 |
|---|---|
| JAMA(일본) | 승용차·트럭·버스·이륜차 대상 온실가스 중심 탄소발자국 산정 가이드라인 |
| VDA(독일) | 차량·부품 LCA 방법론 지침, 5개 환경지표 기준 |
| PFA(프랑스) | 차량·부품 LCA 방법론 지침, 7개 환경지표 기준 |
| Volvo Cars | 전기차 모델별 Carbon Footprint Report 공개, 전력믹스 시나리오별 결과 병기 |
| BMW Group | 모델별 Vehicle Footprint 공개, 제3자 검증 LCA 결과 포함 |
| Mercedes-Benz | 모델별 360° Environmental Check 발간, 외부 감사 수행 |
다만 각 가이드라인과 보고서는 대상 지표, 차량 수명, 총 주행거리, 전력믹스, 시스템경계 전제가 서로 다릅니다. 제조사가 공개한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런 차이가 국제 조화 논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자동차 LCA는 완성차 제조사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M.R.5 초안은 1차 데이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총 배출량 중 1차 데이터로 산정된 비율(Primary Data Share)을 결과와 함께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재료 생산과 부품·차량 제조 단계에 적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상위 레벨에서는 온실가스 기여도가 높은 소재·부품의 공급망을 구체화해 분석범위에 포함하도록 요구합니다. 완성차의 산정 정확도를 높이려면 아래와 같은 정보가 공급업체로부터 확보돼야 합니다.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철강, 알루미늄, 화학·플라스틱, 배터리, 타이어, 자동차 부품, 완성차로 이어지는 사슬 전체입니다. 다만 현재 UNECE가 국내 공급업체에 법적 의무를 부과한 상태는 아닙니다. 고객사의 공급망 관리방식이나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제품단위 탄소정보와 산정근거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실무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한국은 2022년 발의 단계부터 일본과 함께 이 논의를 이끌어 왔고, 방법론의 핵심 골격인 레벨 컨셉도 국내 협의체 논의를 거쳐 한국 대표단이 제안한 것입니다. 국내 대응 기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한양대학교 무공해차 환경인증평가 전문가 교육센터를 통해 2026년에도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 전문가·실무자 교육을 운영했고, 관련 공고는 한국자동차공학회를 통해 안내됐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확인되는 범위는 다음과 같이 제한적입니다. 국내 완성차기업에 UNECE 방법론 적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으며, 부품기업에도 적용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환경성적표지 인증제도와 직접 연결된 제도도 아닙니다.
자동차 전과정 탄소평가의 국제 산정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산정조건 차이를 줄이려는 논의 자체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방법론을 앞질러 적용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기준이 확정되더라도 재산정과 설명이 가능한 기초데이터를 갖추는 일입니다. 제품별 탄소정보 산정과 공급망 환경데이터 대응이 필요한 기업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